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신종플루 백신 뿐 아니라 계절독감 백신 부족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계절독감 시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신종플루 백신은 물론 계절독감 백신도 심각한 부족사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유행이 모든 플루(독감) 백신의 수요를 백신 제조업체들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증가시킨 점을 감안할 때 계절독감 백신 부족사태는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평균 3만6천명 가량이 계절독감으로 사망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소장은 4일 의회에서 매우 실망스럽지만 계절독감 백신 부족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의 경우 계절독감 부족사태가 너무 심각해 시 보건당국은 의사들에게 6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에게는 계절독감 백신 투약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욕시의 토머스 팔리 보건국장은 계절독감 백신의 추가 공급이 이달 중 이뤄지겠지만 수요가 공급을 계속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계절독감 백신 부족사태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CDC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천500만명의 미국인들이 이미 계절독감 예방접종을 해 작년 이 시기의 6천100만명에 비해 그 수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모두 1억1천300만개의 계절독감 백신이 제조돼 1억300만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했다.

올해의 경우 백신 제조업체들은 신종플루 백신 생산으로 제조과정을 전환하기 전까지 작년과 비슷한 1억1천400만개의 계절독감 백신을 생산했지만 크게 늘어난 계절독감 백신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아 이미 공급된 9천만개의 백신 외에 남아있는 2천400만개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계절독감 백신 부족 문제는 백신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버리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몇년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계절독감 백신 판매를 할 수 있는 허가를 갖고 있는 업체는 5곳이지만 이중 미국내 시설을 갖고 있는 곳은 사노피-파스퇴르 한곳 뿐이다.

NYT는 백신 제조업체들은 2억개 가까운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기 위해 생산시설을 이미 전환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계절독감 백신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