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장악력 손상, 중간선거 험로예고
"지방선거일 뿐" vs "오바마 중간평가"

미국 뉴저지, 버지니아주 등 두 곳에서 3일 실시된 주지사 선거가 공화당의 압승, 민주당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이 주지사를 맡고 있던 지역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11.3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중간평가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실시된 사실상의 첫 선거로, 내년 중간선거의 판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초전 성격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 공화 양당은 대선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쳤고,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민주당 후보 지원에 앞장서 왔다.

민주당 패배로 끝난 이날 선거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정국장악력에 적지 않은 손상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이 패한 뉴저지주의 경우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불릴 정도로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받은 충격도 적지 않다.

또 워싱턴 D.C.와 붙어 있는 버지니아에서는 주지사는 물론 부지사와 주 검찰총장 등 주 선출직을 공화당이 싹쓸이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참패함으로써 보수 진영과 이견을 보여온 건강보험 개혁과 아프가니스탄전 병력 증파 문제 등 주요현안 처리에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일단 백악관은 선거에 앞서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 차단에 부심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낮 정례브리핑에서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의 지방선거가 입법 문제나 미래의 정치적 성공 여부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70%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런 변수가 아니다'고 응답한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면서 모처럼 잡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미 언론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날 선거가 현재의 정치 지형과 여론의 추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의원 전원과 3분의 1 이상의 상원의원, 37곳의 주지사가 새로 뽑힌다.

이번 선거가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것은 경제 문제, 특히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업 문제와 막대한 재정적자 논란 등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주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 덕에 지난해 대선에서 손쉬운 승리의 기쁨을 맛본 오바마 대통령에게 취임 1년을 맞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안팎의 주문은 이 때문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 미국 사회의 극단적 양분 현상을 불러온 건강보험 개혁 문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전 문제 및 에너지, 기후변화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도 이번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 패배로 건보개혁 등 주요 입법안 처리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대 의회 설득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중도 민주당 의원들의 보수 성향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