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앞다퉈 그린슈팅(경기부양)에 나섰던 각국 정부가 최근 들어 오버슈팅(경기과열) 막기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사정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자 시중에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과잉 투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 '불씨 제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린 호주는 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호주중앙은행(RBA)이 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금융위기 직전 연 7.25%에 달했던 금리를 지난해 사상 최저인 연 3%까지 낮추며 강력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최근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고 부동산 등 자산 버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금리를 3.25%로 인상,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호주의 집값은 세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올 들어 8월까지 7.9% 상승하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건 가계의 빚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자칫 가계발 자산버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 우려가 커지자 호주 정부는 2일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자금 지원 혜택을 60만(약 6억6000만원)~100만호주달러(약 11억원) 주택 구입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선진국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아시아 각국도 거품 차단을 위한 돈줄 죄기에 나섰다. 중국 금융당국은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에 이용되지 못하도록 최근 개인이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최종 자금 수요처 계좌로 돈을 곧바로 입금토록 지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최근 2000만홍콩달러(약 30억5000만원) 초과 고급 부동산을 구입할 때 대출가능 금액을 투자금의 70%에서 60%까지로 낮추는 등 요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올 2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16% 급등한 싱가포르에선 각 은행별로 부동산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기해줄 수 있도록 한 개인대출 지원 정책이 백지화됐다. 인도 정부는 최근 금융권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중국과 인도 증시가 올 들어 각각 62%와 80% 오르며 자산 가치 상승세에 불을 지폈지만 '해피아워(happy hour)'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버블 속의 버블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