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믿을 건 풍부한 유동성 뿐

지난 주 금요일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가 30.22로 22% 급등했습니다. 이는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지수 상승률이 50%를 기록했는데요. 그만큼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VIX는 옵션 시장의 지표이지만 통상 이 지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주식을 매도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자칫 집단행동이 빚어지면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는데요.시장 불안감이 커지다보니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불안감이 커진 이유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인 CIT그룹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할 것이란 소식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습니다. CIT그룹은 조금 전 맨해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금융사가 파산보호를 통해 정상화를 꾀하게 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이밖에 조정장세를 염두에 둔 기관투자가들이 연말 결산 전에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점도 뉴욕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익실현을 위한 기관들의 매도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요. 3월 이후 뉴욕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원동력은 경기 회복 기대감과 함께 풍부한 시중의 유동성이었습니다. 주식시장 근처에 맴돌고 있는 자금이 여전히 넘쳐나는데요. 통화당국이 양적 완화정책을 급격히 거둬들이지 않는 한 유동성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지 시간으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을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또 다른 뇌관?

그렇습니다. 요즘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고민으로 실업증가,소비 위축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3 조100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연체율이 약 8%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9월 말 기준 빌딩 공실율은 15.2%로 치솟았고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07년 1월 최고 수준 대비 2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업용 모기지 대출 만기가 내년부터 속속 돌아오면 금융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또 다시 신용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자금 조달의 40%를 차지하는 CMBS시장의 침체로 2010년 3000억 달러의 만기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윌버 로스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대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무실을 임대하려는 기업을 찾기 어려워지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여파로 지방 중소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주말 애리조나주의 뱅크USA와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애고내셔널뱅크 등 지방은행 9곳을 폐쇄했습니다. 이로써 올들어 파산한 미국 은행은 115개로 늘었습니다.

뉴욕=이익원 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