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샤를 드골은 "미국은 자신들의 재정적자를 달러를 찍어 해결하는 터무니없는 특권(exorbitant privilege)을 누리고 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미국은 그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쌍둥이적자(재정 및 경상적자)를 달러에 의존해 해결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달러표시 국채를 사들이면서 미국은 언제 터질지 모를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이제 전 세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자국이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는 것마저 힘겨운 상황이 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조달러의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인정했지만 이는 과소평가된 액수다. 미국이 아직도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국채를 팔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더욱 심각한 건 미국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1조달러가량의 지급준비금이다.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은행들이 정부 부채를 갚으면 과도한 지급준비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이 다시 대출 확대에 나서면 어마어마한 지급준비금이 시중으로 흘러들어가 유동성을 팽창시키고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또 FRB는 제로(0)에 가까운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고 주택담보채권(MBS) 등 채권을 매입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민간과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회복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치솟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세금을 올리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다. 다만 드라콘법전과 같은 엄청난 변화는 아니더라도 정부지출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년간의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전 정권의 막대한 재정지출을 비난했지만 오바마야말로 최악의 정권 중 하나다. 올초 78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건 비효율적인 돈 낭비에 그쳤다. 정책입안자들은 막대한 정부지출이 일자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하지만 1970년대 초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가 실업 해소에 우선 순위를 둔 정책에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시도는 중단됐고 이후 10년간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에 시달려야 했다. 1982년까지 미국의 실업률은 10.5%로 치솟았다.

이 같은 정책 오류는 '컴백(come back)'했다.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 같진 않다. 지금이라도 통화팽창정책을 긴축으로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꾸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불거질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정리=김미희 기자 iciici@hankung.com

◇이 글은 미국 카네기멜론대 정치경제학 교수이자 'FRB의 역사(A history of the Federal Reserve)'의 저자인 알랜 멜처가 최근 '넥스트(next) 금융위기를 막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