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초심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것과 달리 민주당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키로 한 인사와 가족들에게 갖가지 특전을 베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타임스는 28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내부문건을 입수해 구체적인 특전 사례들을 보도했다. 특전이 주어진 대상자는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적게는 3만달러,많게는 30만달러까지 기부를 약속한 인사들이다.

이들 가운데 한 인사는 자신의 생일 때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를 방문했다. 또 다른 인사는 가족과 함께 백악관의 볼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부 기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처 지하실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50만달러 이상 자금을 끌어모아준 플로리다의 기업인인 마크 길버트의 경우 특전 중의 특전을 받고 있다. 그는 백악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경제정책 관련 이메일을 받고 있다.

백악관의 짐 머시너 비서실 차장은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가 기부자들을 모아놓고 의료보험 개혁 추진 계획을 직접 브리핑했을 정도다. 경제담당 고위 보좌관인 오스턴 굴스비도 다른 기부자 그룹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거액 기부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하룻밤을 재워주거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이런 관행이 음습한 뒷거래라고 비판하면서 백악관에 들어가면 근절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52%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반대 여론은 지난 2월 26%에서 42%로 높아졌다. 그의 경제현안 처리에 대한 지지도 역시 47%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