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측 여론 향배 주시..주도권 선점 전술

국제적인 관심속에 이뤄진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간 1차 뉴욕 비공식 접촉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27일 "북한측이 이번 접촉에서 기존의 얘기를 되풀이했으며 미국도 기존의 입장을 북한측에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측은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지 조기 천명 ▲기존의 비핵화 합의 이행 ▲협상대표로 강성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참가 ▲6자회담 틀내의 북미 양자대화 진행이라는 주요 원칙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상 장소도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나서는 만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이 사실상 확보돼야 평양행을 선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이런 조건이 성숙하지 않을 경우 평양보다는 제3국에서 양자대화를 진행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미 김정일 위원장이 밝힌대로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대화 참여 용의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양측이 리 국장의 미국 체류 기간에 몇차례 더 접촉의 기회를 갖고 접점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흔들림없이 견고한 원칙을 견지하는 배경에 대해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학습효과가 축적된 결과이자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 입지 등을 두루 감안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학습효과의 경우 지난 북핵 협상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협상 초기부터 주도권을 북한에 내주지 않아야 제대로 된 협상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을 미 정부내 정책책임자들이 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협상전술상 유리하지 않다는 것도 미국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 입지 부분이다.

외교소식통은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자 젊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외교경험이 부족한 점이 취약점으로 인식돼왔다"면서 "따라서 그가 북한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자칫 그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을 오바마 참모들은 가장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은 북한과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내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노련한 내공'을 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소식통은 "현재 미국 내부, 특히 보수 언론이나 공화당 측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주목해야할 요소"라며 "이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선택을 할 입지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 근 국장의 방미 행보가 끝나고 북한에 대한 분석이 진행된 뒤인 다음 달 중순께 미 정부가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모종의 결정을 내릴 것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물론 그 결정의 방향은 북한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다소 양태가 달라질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포괄적 패키지'를 앞세우고 협상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과 과감한 거래를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끝내 '오바마의 제의'를 거부할 경우 과거 부시 행정부 때와 패턴은 다르지만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