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칼바람을 몰고온 주범으로 지목됐던 '고위험 · 고수익' 투자모델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연명했으면서도 위험성 높은 투자에 거액을 쏟으며 과거 행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를 겪고 난 현재까지도 투기성 짙은 자기자본투자(PI)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대마불사 원칙에만 매달리지 말고 향후 제2의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골드만삭스 같은 거대 금융사들도 시장 충격 없이 파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1~9월 골드만삭스의 총매출 가운데 78%가 PI를 통한 채권과 외환,상품투자에서 나왔다. 과거 수십배의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해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비율은 줄었지만 PI는 금융사가 감당해야 할 투자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에 비춰볼 때 고위험 투자모델은 전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후에도 상업은행에 적용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엄격한 규제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은행(IB) 감독을 계속 받아온 것도 일종의 특권으로 작용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골드만삭스의 시장영향력에만 연연하지 말고 미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나서야 하며,골드만삭스도 공익을 우선시하는 금융사란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중앙은행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크리스티앙 노이어도 "경제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경기 하강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금융사들의 과도한 고위험 투자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