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종플루 확산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백신' 부족으로 인해 미국사회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비상사태가 선포된 뒤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백신을 받으려는 인파들이 수천명씩 장사진을 이뤘지만 연방 관리들 조차 그들의 야심찬 백신 프로그램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백신은 1천600만명분에 불과하며, 이달 말까지 3천만명분밖에는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주들은 신청한 백신의 10분의 1만 할당받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이날 10곳에서 신종 플루 백신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연방정부의 공급 부족으로 한 곳에서만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임산부들 조차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시카고 트루먼대 앞에서 줄을 섰지만, 백신이 바닥나 끝내 받지 못한 만삭의 임신부 메리 케이트 메르나는 "임신 9개월인 내가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는데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임산부와 유아에게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하자, 거짓말을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페어펙스 센트레빌에 사는 테레사 카페이는 "의사에게 임산부라고 거짓말 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11주된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그녀는 "내가 항체가 생기면 아이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초 연방 관리들은 지금 이맘때 쯤이면 1억2천만명분의 백신을, 연말까지는 2억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정란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면서 백신 생산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토머스 프리덴 국장은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전화를 하고 웹사이트를 체크하지만 접종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수정란에서 진행되는 일이라 어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측은 이번 비상사태 선포가 행정적 조치일 뿐이며 특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의 진전이 있거나 백신 부족 사태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