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톰따오면 프레이비유 마을.100여 세대가 사는 전형적인 작은 농촌 마을이다. 5년 전만 해도 이곳은 낙후될 대로 낙후된 오지였다. 비만 내리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걸어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나 가축 용변으로 몇 개 안 되는 우물도 오염돼 주민들이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허다했다. 우기가 길어 물만 확보되면 1년에 3모작도 가능하지만 수로 시설이 없어 1모작도 힘들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마을은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했다. 자갈을 이용해 마을 길이 평탄하게 바뀌었고,지하수도가 설치돼 마음놓고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와 관개시설도 들어서 3모작도 가능해졌다. 우기마다 반복됐던 홍수피해도 사라졌다. 화장실에도 깨끗한 양변기가 들어섰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병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캄보디아 사무소장은 "한국 봉사단이 5년 전부터 현지를 방문해 주민들을 독려해가며 한국식 새마을운동을 전수해준 결과"라며 "현지를 가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딱 들어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런 사업은 '돈 퍼주기식'보다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레이비유 사람들은 지금도 한국을 은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창립 18주년을 맞은 KOICA가 한국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경제한류의 또 다른 축으로 도약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 대외원조 사업에서 벗어나 개도국의 교육 의료 농촌지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새마을운동' 수출이다. KOICA가 벌이는 농촌 개량 사업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몽골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새마을운동 해외 수출의 원조는 새마을운동중앙회다. 중앙회는 이미 1998년부터 연해주를 시작으로 몽골 콩고 탄자니아 우간다 동티모르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 전파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회 국제협력단 황창영 팀장은 "새마을운동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신농촌 건설 운동을 벌이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할 만큼 국제적으로 특허를 인정받은 상태"라며 "한국의 브랜드를 심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고 있는 KOICA는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 사업도 기획 중이다. 밀레니엄 빌리지란 2015년까지 지구촌의 빈곤과 질병을 절반 이하로 줄이자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개발사업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창해 벌이는 운동이다. KOICA는 밀레니엄 빌리지 사업에 과거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접목시켜 한국식으로 발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첫 대상지는 아프리카로 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사업의 주관 기관인 밀레니엄 프라미스의 제프리 삭스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5년간 모두 80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는 1차로 탄자니아 중부와 우간다 남서부에 각각 2개 마을씩 들어서게 된다. KOICA 관계자는 "한국식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KOICA의 해외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처져있다. 1000여명의 자원봉사단이 세계 33개국으로 나가 의료 교육 농촌활동 등을 통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KOICA의 해외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예산도 3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늘렸다. KOICA는 예산이 늘어난 만큼 후진국 및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연재호 KOICA 홍보팀장은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ODA 비율이 지난해 0.09%로 OECD 산하기구인 DAC(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원조를 통할하는 기구) 회원국 평균인 0.3%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한국의 국제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ODA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UN기조연설에서 "2015년까지 ODA 규모를 2008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고 한국 국민의 복리가 인류의 복리에도 기여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KOICA는 한국어 알리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국 이미지를 심는 데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KOICA 관계자)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라오스 중 · 고등학생들이 보는 교과서 뒷면에는 태극기가 라오스 국기와 나란히 인쇄돼 있다. 또 '대한민국과 KOICA 지원으로 출판됐다'는 문구가 영어와 라오스어로 쓰여 있다. 박대원 KOICA 이사장은 "교과서 제작 지원사업에 투입된 돈은 불과 300만달러 정도밖에 안된다"며 "일본의 경우 현지에 3000만달러를 투입해 도로를 건설해 줬지만 우리의 교과서 사업보다 효과가 적다는 게 현지 반응"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