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리스본조약 비준안 서명에 반대해온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조만간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18일 체코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를 인용,"클라우스 대통령이 리스본조약을 '멈춰 세울 수 없는 고속열차'에 비유했다"며 "이는 곧 비준안 서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리스본조약의 기본권 헌장에서 체코가 예외를 인정받아야 조약에 서명할 것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체코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에 협조한 독일계와 헝가리계 주민 200만명의 재산을 압류하고 이들을 추방한 것과 관련,이들이 리스본조약 기본권 헌장을 근거로 유럽사법재판소에 재산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리스본조약이 유럽과 유럽의 자유,체코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열차(리스본조약)가 이미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멀리 달려와 이를 되돌려 놓기는 불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BBC는 최근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10일)과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15일)이 차례로 리스본조약 비준안에 서명한 데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각국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클라우스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또 오는 27일 체코 헌법재판소가 리스본조약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에서 '합헌' 결정을 내릴 경우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EU의 경제 통합에 이어 정치 통합을 완성할 리스본조약이 내년 1월 발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BBC는 내다봤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