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세계 도서·출판 시장은 구텐베르크 이후 최대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40여만종의 각종 서적이 전시된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최대 화두는 전자책”이라며 “디지털 타이틀이 급속한 속도로 늘고 있고 각종 전자책 리더기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어 도서 시장은 구텐베르크가 인쇄기술을 개발한 이후 최대의 혼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자책의 등장이 1930년대 페이퍼백 서적이 보급되던 시기 못지않게 출판업계에 위기감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당시에도 페이퍼백이 하드커버 서적을 대체할 경우 출판업계의 이윤이 급감하고 산업전체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만연했었는데 현재는 전자책이 전통적인 출판업계에 비슷한 공포감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여기에 인터넷 등의 발달에 따른 출판산업의 특성 변화도 전통적인 출판산업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지적됐다.출판 컨설턴트인 베네딕트 앤더스는 “출판산업은 느리고 지역화되고 불투명한 과점체제에서 개방적이고 글로벌하며 매우 유동적인 경쟁업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PwC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는 2008년 현재 11억달러 규모로 전체 출판시장의 0.9%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일본 한국 영국 등의 시장에선 매년 수백%씩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판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내에 전자책이 전체 출판시장의 20∼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국에선 이미 전체 서적시장의 2% 가량을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에선 매 2분마다 전자책 타이틀이 한권씩 판매되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대형 출판사인 아쉐트의 아르노 누리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270달러에 선보인 ‘킨들2’ 같은 전자책은 일반 대중용이라기 보다는 고급 출판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다독가와 얼리어답터,여행이 잦은 시장의 독자는 잠식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딜로이트컨설팅 관계자도 “각국마다 디지털 매체를 선호하는 시장이 있고 한국 시장 같은 경우 끊임없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디지털 선호풍조가 있다”며 “이런 점이 한국과 일본이 세계적인 전자책 시장으로 성장하는 배경”이라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