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 · 기술 분야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신용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월가 금융사들이 실물 경제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15일 3분기 31억900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순익(8억4500만달러)을 훨씬 넘어설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실적 개선은 소비자 금융과는 무관한 투자은행 부문과 증권 거래중개 영업이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전날 3분기 35억9000만달러의 깜짝 순이익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도 주로 채권중개 영업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월가 금융사들의 대출 기능이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제로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씨티그룹도 비록 3분기 32억4000만달러(주당 27센트)의 손실을 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주당 29센트 손실보다는 적은 수준이며 작년 같은 기간 주당 61센트 손실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미 자산규모 1위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분기 시장 예상치의 두 배에 가까운 10억달러(주당 26센트)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기술주들도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은 이날 3분기 순이익이 16억40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이트 유료 광고 클릭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으며 2분기에 비해서도 5% 증가한 덕분이다. 에릭 슈미츠 CEO는 "각종 경제지표에 비춰볼 때 경기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최악의 경기침체가 끝난 만큼 미래를 위해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전했다.

컴퓨터업체인 IBM 역시 3분기 순이익이 3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IBM은 경기회복에 따른 매출증가 등을 반영,올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한 24억5000만달러(주당 22센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였던 주당 20센트를 넘어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한편 미 다우지수는 BOA와 GE의 실적 부진과 소비지표 악화,단기급등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까지 겹치며 16일 장중 10,000선이 붕괴됐다. 이날 미시간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73.5에서 하락한 69.4를 기록,전월과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 예상을 빗나가며 악화됐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