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현직 판사를 총으로 응징..옹호여론 거세
법무장관은 "영웅시하면 안돼..사실 아닐 가능성도"


리투아니아에서 4세 여아의 아버지가 딸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직접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 발틱 리포트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8시30분께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거리에서 자신의 차를 몰고 출근하던 카우나스 지방법원 판사 요나스 푸르마나비츄스가 복부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이어 4시간 뒤 카우나스에서 29세 여성이 자신의 집 인근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살해된 여성의 시신 부근에서 발견된 권총의 소유주인 드라슈스 케디스(37)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이 여성은 케디스의 옛 애인의 언니다.

또 숨진 푸르마나비츄스 판사는 케디스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네살(현재 다섯살) 짜리 딸에게 추악한 아동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한 3명의 남성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투아니아에선 케디스가 아동성범죄자들, 그리고 고발 사건을 수개월 동안 질질끌며 방관해온 사법당국에 맞서 직접 복수를 선택한 영웅으로 비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디스는 옛 애인인 라이마 스탄쿠나이테 사이에 딸을 두고 있었는데 이 딸이 엄마인 스탄쿠나이테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성인 남성들로부터 추악한 성폭행을 당했다며 푸르마나비츄스 판사와 국회의장 보좌관 경력을 지닌 기업 고위임원, 그리고 이름만 알려진 한 사람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케디스는 또 아이의 엄마인 스탄쿠나이테와 살해된 그녀의 언니도 이들 남성에게 돈을 받고 딸의 몸을 팔았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이 고발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는 진척 없이 제자리걸음만 계속했다.

이에 케디스는 사법당국이 자신의 사건을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해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사건을 직접 공개하기에 이르렀고, 대통령, 국회의원, 법무부, 유럽의회 의원 등에도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그는 자신이 딸을 직접 인터뷰한 비디오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는데 여기서 그는 딸에게 자신이 겪었던 성폭행을 상세하게 묘사하도록 했다.

케디스는 "수사관이 내 딸을 세 차례나 조사했고 법정 정신감정에서 전문가들이 딸의 증언내용을 인정했고, 조사에 참여한 10명의 정신분석의사들도 내 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다.

그러나 이런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호소했다.

푸르마나비츄스 판사를 비롯해 피고발인들은 케디스의 주장을 전면 부인해 왔다.

결국, 케디스가 스스로 딸의 성폭행범들에 대해 복수에 나선 것으로 리투아니아인들은 여기고 있다.

한편, 사건이 알려지면서 케디스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이 사건을 맡은 검사 사무실 앞에는 수백 명이 모여 케디스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살해 사건 이후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페이스북에는 케디스를 옹호하는 두 개의 팬 페이지가 생겼는데 여기에 참여한 회원은 총 2만1천여명에 이른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사건 처리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는지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레미쥬스 시마슈스 법무장관은 케디스가 영웅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며 양육권 다툼을 하는 사이에 불거지는 부모 양측 간 자녀 성추행 고발 사건은 때론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