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수 · 합병(M&A) 시장의 거물인 브루스 와서스타인 라자드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6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정확한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와서스타인은 지난 주말 불규칙한 심장박동으로 병원에 실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 된 CEO 자리는 스티븐 골룹 라자드자산운용 회장이 임시로 맡는다. 라자드는 한국에서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라자드 기업지배구조펀드'의 운용 자문사이기도 하다.

와서스타인은 1980년대 퍼스트보스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대형 M&A를 성사시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듀폰의 코노코에 대한 적대적 M&A와 텍사코의 게티오일 인수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당시 사상 최대 규모 M&A로 화제를 모았던 사모펀드 KKR의 RJR나비스코 인수(250억달러 규모)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1990년대 퍼스트보스턴의 동료였던 조셉 페렐라와 함께 '와서스타인 페렐라 앤드 코'라는 부티크 금융사를 차렸다. 이후 페렐라는 모건스탠리로 옮겨 갔고 와서스타인은 2000년 이 회사를 15억달러에 독일의 드레스드너방크에 매각했다. 와서스타인은 2002년 평소 자신이 선망했다고 말해온 라자드에 합류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파트너들이 대주주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라자드의 소유구조를 바꾼 후 2005년 상장시켰다. 상장 후 라자드의 주가는 80% 뛰었다. 와서스타인은 개인적으로 라자드의 주식 2.2%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신탁까지 합칠 경우 11%를 가진 최대주주다.

미시간대 학보사 에디터 출신인 그는 뉴욕매거진과 금융잡지 더딜 등 미디어 회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개인 자산은 약 22억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500대 미국 부자 중 61위다. 월지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유산상속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누이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극작가 웬디 와서스타인이다. 그는 최근 네 번째 부인 안젤라 차오와 결혼했다. 안젤라 차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첫 중국계 여성 장관으로 주목받았던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의 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