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없다고요?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어요."

인도의 가난한 시골 여성들이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위생적이고 편리한 화장실을 혼수로 마련하지 못하는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인도에서 '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No Toilet, No Bride)' 캠페인이 크게 성공하면서 여권 신장 운동의 '혁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대 여대생인 빔라스 사스바(18)는 "이제 젊은 여성들에게는 힘이 있다"며 "남자들은 우리를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사스바의 어머니는 "화장실이 없는 남자에게는 절대로 내 딸을 시집보내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결혼을 희망하고 있는 남성 하르팔 시르시와(22)는 "화장실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당장 화장실이 하나도 없으면 신부를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인도 인구의 절반인 6억6천500만여명은 이용할 화장실이 없다.

이같은 상황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큰 불편을 준다.

따라서 인도 여성들은 이른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서 되도록 빨리 일을 보기가 일쑤였다.

화장실의 부재는 설사병과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질병을 유행시키는 주요인으로 여성의 건강에도 큰 악영향을 줬다.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장실 설립 운동이 시도된 적은 있었지만 매번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혼과 결부시킨 이번 캠페인은 대히트를 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ㆍ경제적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통적으로 인도 소녀들은 신랑측에 줘야 하는 결혼 지참금 때문에 집안의 빚덩이로 여겨져왔지만, 경제력 있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결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 낙태가 성행한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결혼 적령기의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가 훨씬 적어 여성의 선택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또 화장실 딸린 넓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도시 중산층 여성의 삶을 시골에까지 전파한 위성 TV와 인터넷의 역할도 컸다.

여권 운동가인 빈데시와르 파탁은 인도 여성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며 존엄성까지 되찾기를 바란다면서 "인도가 초강대국이 되려면 먼저 화장실이 지어져야 한다.

그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여성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