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협력관계, `포괄적'에서 `전략적'으로
최소 10년간 긴밀공조 합의..북핵대응 강화될듯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0일 열린 한국과 중국, 일본의 3국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3대 강국이 이른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福岡) 회의가 처음 별도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3국간 협력 틀을 공식화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한.중.일 3국이 안보와 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로 나서겠다는 선언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포괄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동북아 삼각 협력체제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한 차원 격상한 셈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지난해 선언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중.일 3국 차원으로 확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앞서 3국은 이번 회의가 한.중.일 정상회의 태동 10주년을 맞아 개최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3국간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무대'로 삼는다는 목표를 갖고 사전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1999년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일종의 `번외 이벤트'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독립적으로 열린 지난해 후쿠오카 회의와 이번 베이징 회의를 통해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실현할 회의체로 빠르게 착근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글로벌 파워'가 유럽과 미국을 거쳐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중.일 3국이 세계에서 갖는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세 나라의 교역량이 세계 교역량의 6분의 1에 달하고 GDP(국내총생산)를 합치면 동아시아 전체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3국 모두 G20(주요 20국) 회원국인데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참여국이기도 하다.

한.중.일 3국은 이 같은 국제적 흐름 속에서 3국간 정상회의를 독립 회의체로 한 차원 격상했고 이번 회의를 통해 정례화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사이버 사무국' 설치도 받아들여졌다.

경제, 외교, 안보, 문화 등의 주요 분야에서 `전략적 공조'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3국 정상의 일치된 판단이 작용한 대목이다.

3국 정상이 이번 회의에서 `정상회의 10주년 기념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년간 3국 정상회의가 실제 유익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의 협력 방향까지 명시했다는 점에서 아무리 못해도 최소 10년은 긴밀한 동반자로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인 3국 합의사항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는 부분이다.

정치.외교분야의 신뢰 증진을 모토로 고위급 접촉과 전략적 대화노력을 경주한다는 데 합의한 것은 역내 안보 이슈,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삼각 전략대화' 체제를 가동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 참여국인 3국간 의견 일치를 확인한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북한이 느끼는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가 동북아 역내 질서에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G2(주요 2개국)' 부상 움직임과 일본의 정권교체 흐름 속에서 나온 동북아 중심 전략대화 체제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미묘한 변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지난 50여년간 대미 동맹관계를 축으로 삼아온 한국과 일본의 대외전략이 한.중.일 삼각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요소와 어떤 식으로 공존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도 전통적 혈맹관계를 구축해온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일괄타결 방식의 `그랜드 바겐'에 대해 중국과 일본 정상이 공감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한 점도 큰 성과다.

김은혜 대변인은 "그랜드바겐에 대해 3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징 회의를 계기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된 점도 주목된다.

3국 정상은 지난 7년간 한.중.일 FTA 체결 추진에 대한 민간 차원의 연구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체결 논의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G20 정상회의 틀을 적극 활용해 보호무역주의 반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 등을 한목소리로 주창한 점은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3국이 공동보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의 교류를 적극 추진키로 하고 친환경 성장주의인 `녹색성장' 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 수자원과 산림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키로 한 점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추승호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