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달린 마라토너에게 메달을 주는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영광보다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9일 분석했다.

슈피겔은 "정치인의 경우 구체적인 정치적 성공을 적시할 수 있을 때만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분쟁의 해결책을 찾고 대화와 타협의 국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려한 연설과 외교적 노력을 구사하고 있지만 취임 9개월째인 그가 상을 받는 것은 2~3㎞ 달린 마라토너에게 메달을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단기적으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란 정권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채 반체제 인사들을 숙청하고 있고 북한도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슈피겔은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 결정에 가장 놀란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일 것"이라면서 "그가 국내에서 어렵고, 때로는 인기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전 세계인들의 희망과 기대를 한몸에 받은 지구촌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 정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 세계인의 희망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이 같은 정치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영광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내민 화해의 손을 이란, 탈레반, 북한, 러시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누구도 맞잡지 않는 상황에서 외교전략을 재고, 수정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주머니 속에 넣고 있던 다른 한쪽 손을 꺼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먹을 꺼내 들 경우 노벨평화상을 반납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이번 평화상을 이란의 블로거나 중국의 반체제 인사에게 수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9.11테러 10주년인 2011년쯤 후보로 올렸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별 불만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