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일제히 `예상밖의 선정'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구해온 신(新) 외교노선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WP), 뉴욕 타임스(NYT) 등 주요 신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새벽 알려지자 인터넷판을 통해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수상 이유와 배경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WP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3년전 대선 캠페인에 돌입하기 전에는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인물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놀랄만한 결정'(stunning decision)"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노벨 위원회가 발표한 평화상 선정 이유를 소개하면서 "국제 외교를 증진시키고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그의 노력이 평가받았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세계평화에 이정표를 세우는 성과물을 낸 후에 수상한 데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철군을 준비하면서 아프간전을 확대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재개할 모멘텀을 쌓고 있으며 이란 핵무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이끄는 중"이라고 지적, 그의 작업들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노벨위원회의 결정은 전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비판의 산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결정이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제외교적 노력들이 더욱 진전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원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NYT도 "취임한지 9개월밖에 되지 않은 미국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기로 한 결정에 전세계가 놀랐다"고 보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 외교 정책이 환영을 받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결과물을 낸 것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많은 외교 정책적 노력들은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수십년동안의 국제평화 기여 공로로 2002년에야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수상 이유와는 대조를 이룬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개혁, 아프간전 파병 등 현안을 놓고 국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 수상은 정치적 힘이 될 것이며, 그가 추구해온 국제외교 노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논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깜짝 놀라운' 것이라면서 48세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젊은 나이에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고 전했다.

WSJ는 또 이번 수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우드로 윌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 이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3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고 미국의 흑인으로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45년만에 평화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WSJ는 그러나 노벨위원회의 깜짝 선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초에 아직 성과가 없는 것에 반해 그의 국제적인 인기도를 더 높이 샀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무타 마타이의 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협력해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그에 대한 노벨 평화상 수상 결정은 세계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댓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대부분의 글들은 `와~(Wow)라는 단어로 시작하면서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