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멍해지는 충격이다. "(뉴욕타임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깜짝 선정되면서 외신들도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새로운 분위기(new international cilmate)를 만들어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서 급선회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취임 9개월도 안 돼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바마를 수상자로 전격 결정해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평화 위한 '담대한' 행보 평가

당초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뚜렷이 부각되는'거물급' 후보 없이 200여명의 후보들이 각축을 벌였다. 선정 막판까지 노벨위원회가 특별히 선호하는 후보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결과는 취임 1년도 안 된 현직 미국 대통령의 수상이라는 '충격적' 소식이었다. 미 CNN방송은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새역사를 썼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노벨상을 타는 역사도 새로 썼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AP통신도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마감시한인 지난 2월1일을 앞두고 불과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며 수상의 파격성을 부각했다.

노벨위원회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올 1월 취임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회담 재개와 군축을 위해 노력해 온 점 등을 구체적인 수상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을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구상을 포기하는 등 핵무기 감축과 관련해 과감한 정책을 실행에 옮겼고,그동안 미국과 적대관계였던 이슬람권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해빙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를 추진하는 등 아프간이나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고,북핵 문제도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노벨평화상을 주기엔 너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노벨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수상자 발표 배경설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실행에 들어갔던 사항들을 높게 평가했다"며 "많은 다른 나라 국민과 지도자들이 오바마의 정책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자 숫자가 205명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마땅히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없어 노벨위원회가 장고끝에 파격적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오바마 국제무대 행보 날개 달다

노벨위원회는 거듭 "오바마 대통령만큼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그보다 더 많은 희망을 주는 인물을 찾기 힘들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세계 인류 대다수가 공유할 가치와 태도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업적보다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가 많이 투영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 이상,재선에 성공할 경우 7년 이상 세계 최강국을 이끌 인사에 대해 세계평화를 위한 과제를 부여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란 핵 사태 등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대화를 중시하는 자신의 외교정책을 관철하는 데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 최근 전력투구했음에도 시카고올림픽 유치에 실패,권위에 상처를 입었지만 노벨상 수상으로 결정적인 권위 회복 모멘텀을 마련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1906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1919년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007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이 상을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크로네(약 16억8000만원)가 상금으로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