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절반이 가족 간 살인이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 책임은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은 기업들에 있다. "

일본의 가메이 시즈카 금융상(72 · 사진)은 지난 5일 도쿄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출신인 가메이 금융상의 이런 원색적 기업 비난에 청중들도 아연실색했다. 그는 이어 8 · 30 총선 전에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캐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가족 살인 증가에 대한) 책임을 느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미타라이 회장은 "그게 저희 책임입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출범 한 달도 안 된 민주당의 하토야마 내각이 가메이 금융상의 좌충우돌 발언으로 시끄럽다. 금융상 내정 직후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개인들의 은행 대출금 상환을 3년간 유예해주겠다"고 밝혀 물의를 일으켰던 가메이 금융상은 이후에도 다양한 주제로 '원색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가메이 금융상의 입을 막고 싶지만 그가 국민신당 대표로 연립정권의 주요 파트너란 점에서 냉가슴을 앓고 있다.

가메이 금융상은 일본은행에도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일본은행이 기업어음(CP) 직접 매입 등 긴급 기업자금 지원 조치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은행이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의중을 표현한 것이지만 발언이 점잖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방으로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가메이 금융상이지만 정작 자신은 불투명한 정치자금 처리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가메이 금융상의 정치자금 관리단체 두 곳이 지난 3년간 '조직활동비'로 2억엔을 가메이씨에게 지출했지만 최종 지출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