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단순히 한글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중국인과 한국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백제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은석 원장(35 · 사진)은 "당장은 필요에 의해서 한글을 배운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그러면서 한국 문화를 쉽게 이해하는 것 같다"며 "한복 입기나 김밥 만들기 등 한국적인 것을 함께 해보는 이벤트를 자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백제어학원은 2003년 상하이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한글학원이다. 상하이에만 3곳의 지점이 있다. 오 원장은 목원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무역업체 주재원으로 1999년 중국에 발을 디뎠다. 그때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중간관리자로 채용할 현지인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데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날수록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백제어학원을 설립했다. 일반 코스와 기업코스로 나뉘어 진행되는 백제어학원을 거쳐간 학원생은 7000명 정도.1년짜리 코스를 마친 학생들은 100%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오 원장은 "최근 KOTRA와 협약을 맺고 350명 정원의 기업인을 위한 특별강좌를 개설했는데 500명이 신청해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수강생은 1000명가량으로 직장인을 위한 특별 교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당초 올 하반기 중국 전역에 프랜차이즈점을 낼 계획이었지만 수강생이 너무 많아져서 내년 초로 미뤘다. 내년엔 온라인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중국인들은 한글에 한자가 적지 않아 쉽게 접근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워한다"며 "하지만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이 한류를 지탱하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체계적으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한글교사 교육 프로그램도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