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뉴질랜드 북섬 일부 산간지방에 내린 폭설로 도로가 폐쇄되고 많은 차량들이 눈길에 발이 묶이면서 눈에 갇힌 사람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기 위한 긴급구조 활동이 전개되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부분적으로 100㎝ 가량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는 이번 폭설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은 25년 만에 내린 최악의 폭설이라며 한겨울에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남극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오클랜드를 비롯한 많은 지역의 기온이 크게 내려가 한겨울을 방불케 하고 있다.

뉴질랜드 경찰은 4일부터 오클랜드 남쪽 타우포와 네이피어 사이 산간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국도를 지나던 차량들이 발이 묶이면서 차에 타고 있던 수백 명을 구조해 대피시켰다면서 북섬 중부 지역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이번 주 내내 안전대책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폭설로 북섬 중부와 동부의 일부 지역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져 400여 농가가 큰 불편을 겪었고, 새로 태어난 수백 마리의 새끼 양들이 얼어 죽는 등 축산 농가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뉴질랜드 기상청은 차가운 남풍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6일에도 진눈깨비가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폭설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기상 분석관 필립 던컨은 "이번 폭설은 한겨울 보다 더 한 것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하는 것을 들었는데 동의한다"며 "지금이 한겨울이라고도 해도 극히 이례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우포와 네이피어 사이 도로에서만 눈에 발이 묶였다가 구조된 사람이 5일 하루 동안 900여명이나 된다며 이들은 임시 숙소에 수용돼 있다고 밝혔다.

민방위 긴급구조 담당관 필립 파커는 40여명의 긴급구조대원들이 구조한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며 다친 사람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아기에서부터 어린이, 젊은이, 노인, 약이 필요한 사람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구조돼 대피소에 수용돼 있다"고 말했다.

네이피어에서 푸타루루로 가던 자동차에서 구조된 한 여성은 뉴질랜드 텔레비전 방송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으나 곧 더는 운전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우리 앞에 가던 차량들이 도로에서 미끄러지며 끽끽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운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속에 14시간 정도 갇혀 있다 긴급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됐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