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형 경기 회복 전망 확산

어닝시즌을 맞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70% 이상이 3분기에도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경기 침체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를 반영해 예상 실적을 그만큼 많이 낮춰 놓은 덕분인데요.2분기에는 약 73%의 기업이 시장 전망 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습니다.하지만 이는 물건을 많이 팔아 이익을 냈다기보다는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경비를 줄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뉴욕 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패스트 푸드 체인점인 킹핀염브랜드는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이 1.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월가 애널리스트들은 7일 실적을 발표하는 농업 관련업체인 몬산토와 소매 판매업체인 코스트코 역시 각각 2%,3%씩 매출이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같은 날 다우지수 편입종목 중 처음으로 3분기 실적을 내놓는 알코아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을 것으로 보입니다.8일 실적을 발표하는 호텔 체인점인 매리어트도 3분기 매출이 20% 가량 준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기업들의 매출 감소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미국 경제 회복 강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기업과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출 감소세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미 실업률이 2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 대목이 형편없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투자 귀재인 조지 소로스 회장은 금융사의 부실과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 때문에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매우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그는 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블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64차 합동 연차총회’에 패널로 참석해 2년전 금융위기가 사작된 이후 미국 금융기관들의 대손상각 및 손실 규모가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또 주택 가격 하락으로 자산 손실을 본 소비자들이 상당기간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이날 세계 수요 원천인 미국 소비자를 대신할 주체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세계 경제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 도중 많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졸릭 총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앞서 가진 브리핑에서 “금융시장이 바닥을 쳤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높은 소득을 가져다 줄 안정적인 경제회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따라서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 전략 시점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경기회의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전날 이스탄불에서 불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조만간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기에 대한 우려확산에 비춰볼 때 미국 및 세계 경제 회복 패턴은 대단히 완만한 ‘U자’형이 될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