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노화 규명..노화.암 치료법 연구 토대 마련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의 노화메커니즘을 규명, 노화와 암 등 질병 치료법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 샌프란시스코) 엘리자베스 H. 블랙번(61) 교수를 비롯한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와 텔로미어 생성효소인 텔로머라아제의 염색체 보호기능을 밝혀낸 블랙번(61) 교수와 존스홉킨스의대 캐럴 W. 그리더(48) 교수, 하버드의대 잭 W. 쇼스택(57)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들이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염색체가 어떻게 분해되지 않고 완벽하게 복제될 수 있는가'라는 생물학의 근본적 의문점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 세 과학자가 그 해답이 바로 세포 내 염색체 끝에 모자처럼 씌어 있는 텔로미어와 텔로미어를 만들어내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텔로미어는 긴 실 형태로 돼 있는 염색체의 끝에 붙어 있으면서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 때문에 텔로미어는 신발끈 끝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포 분열이 진행될수록 텔로미어 점차 짧아지며 이는 세포가 늙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세포 내에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가 있어 텔로미어가 계속 만들어지도록 하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진행돼도 텔로미어는 어느 정도 길이를 유지할 수 있다.

텔로머라아제의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하면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아 세포 노화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세포가 늙지 않고 계속 분열하면 암세포가 되기도 하며, 일부 유전질환에서는 텔로머라아제 결함으로 세포가 지나치게 일찍 손상되거나 노화돼 재생불량성 빈혈 같은 질병이 일어나기도 한다.

블랙번과 쇼스택 교수는 텔로미어에 포함된 특정 서열의 DNA가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그리더 교수는 블랙번 교수와 함께 텔로미어 DNA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했다.

이 때문에 세 사람의 발견은 세포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한 차원 높였을 뿐 아니라, 질병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블랙번 교수는 "상이 연구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좋은 것"이라며 "특히 인정을 받고 이를 그리더 교수, 쇼스택 교수와 공유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더 교수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매우 흥분된다"면서 세포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런 연구를 지원하는 게 정말 중요하며 질병 지향적인 연구만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랙번과 그리더, 쇼스택 교수에게는 1천만 스웨덴크로네(약 16억8천만원)의 상금이 3분의 1씩 수여되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편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6일), 화학상(7일), 문학상(8일), 평화상(9일), 경제학상(12일) 순으로 발표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