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오는 7일 8년째를 맞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한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고 탈레반 무장세력의 알 카에다 지원을 중단시키기 위해 아프간에서 ‘항구적 평화작전’을 수행해왔다.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아프간에 파견했지만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아프간 전쟁을 물려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의 4만명 병력 증파 요청을 받고 고심하고 있다.현재 아프간에는 2800명의 미군이 파견돼있다.하지만 전사자 속출 등으로 인해 미 의회와 정부,군 지도부 사이에서는 증파와 관련한 찬반논란까지 가세하고 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전쟁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데 시간이 문제”라며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병력이 증파되지 않으면 전쟁에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진영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처드 홀부르크 아프간·파키스탄 특사 등이다.

반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증파에 제동을 걸고 있다.케리 위원장은 “베트남전 당시 우리는 사령관들로부터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당시 대통령도 병력을 증파하기만 하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이들의 말이 모두 틀렸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오바마와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지난주 대통령 전용기안에서 거북스런 면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맥크리스털이 최근 런던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과 느슨한 일처리를 시사하는 공개 발언을 한 뒤였다.당시 오바마는 시카고 올림픽 유치를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중이었다.텔레그래프는 대통령 보좌관들이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공개 발언에 충격과 분노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미 일각에서는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통령을 공개 압박하는 것은 항명 행위라고 비판했다.아프간 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되거나,아프간을 침공했다가 결국 철수한 옛 소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같은 논란을 감안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아프간에서의 전면 철수 △일부 병력 철수 △현재 병력 규모 유지 또는 소규모 증파 △4만명 증파 요구안 수용 등이다.테러세력 퇴치를 주창해 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취임 이후 최대의 대외 군사정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