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건국 60주년 행사에는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장면들이 있었다.

먼저 중국의 현 권력구도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장면중 하나가 최고 권력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과 장쩌민 전 주석이 도열한 ‘9+1’의 모습이었다.톈안먼 망루위 특별석에 후진타오 주석을 정점으로 권력서열에 따라 좌우로 도열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후 주석 바로 옆에 장 전 주석이 자리한 게 눈에 띄었다.지난 2007년 공산당대회때도 그는 후 주석의 바로 뒤를 따라 행사장에 입장했었다.현직 지도자들 사이에 퇴임 원로가 함께 섞여 있는 것은 전직에 대한 예우라고 보기엔 좀 어색하다.그래서 장 전 주석이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건국 60주년 행사 직전에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나,몇개월전 선전 시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물밑에서 권력투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빨간색 미니 스커트에 긴 부츠를 신고 행진하는 여성민병대는 중국의 병적인 ‘때깔 내기’의 한 단면으로 비쳐졌다.미녀군단의 최선봉에 선 두명의 병사중 장샤오페이는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이며,자오나는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의 모델이다.모델이 몇달만에 강한 군인으로 태어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뭘하든 폼나게 하려는 중국인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톈안먼 광장엔 접근도 못한 채 집에서 TV로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봐야 했던 베이징 시민들도 기억에 남는다.관영 TV에 나오는 화면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경외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이날 저녁 사석에서 만난 중국의 한 시민은 “기념식은 몇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게 아니었나”고 반문했다.권력집단이 보여주고자 한 것과 국민이 느끼는 것이 달랐던 셈이다.중국은 강하지만 약한 나라라는 것이 이번 행사 곳곳에서 드러났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