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자연재해의 공포에 떨고 있다.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환태평양 화산대는 연일 불을 뿜고 있다. 이틀 동안 사모아와 인도네시아 페루 등 3곳에서 대형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으며 사모아 제도에서는 7.5m 쓰나미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앞서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태풍 켓사나는 필리핀과 인도차이나반도에서 330여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강진으로 폐허가 된 파당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가 강진과 쓰나미에 놀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의 파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강도 7.6의 강진에 무너져내렸다. 인구 90만명의 대도시 파당 중심가는 고층빌딩의 무덤이 됐다. 현지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진으로 호텔 대학교 등 수백채의 대형 콘크리트 빌딩이 무너져 내렸고 병원 두 곳이 붕괴됐다. 시내 곳곳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으며 통신과 전기가 끊기면서 겁에 질린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도로가 끊기고 주요 병원과 시장은 파괴됐으며 수천명의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매몰돼 있는 혼돈 그 자체다.

BBC에 따르면 파당에서 공식적인 사망자는 1일 현재 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구조팀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여명 이상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프리야디 카르도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 대변인은 "붕괴된 건물 속에 매몰된 사람이 많아 사망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건부의 위기센터장은 사망자가 최대 수천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첫 지진 이후에도 수십 차례 여진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리히터 규모 6.0~7.0 사이의 강진도 포함돼 있어 추가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병력을 포함해 구조인력을 파당으로 급파해 인명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번 지진은 2004년 인도양 연안 국가에서 23만명의 사망자를 낸 쓰나미를 유발한 지진과 동일한 단층선에서 발생했다. 2004년 쓰나미를 일으킨 지진의 진앙지는 파당 서북쪽 600㎞ 떨어진 해저 지점이며 당시 지진은 9.15 규모였다. 호주지질학연구소(GA) 지진학자 조너선 바스게이트 박사는 "지진은 판 가운데 경계선이나 지반이 약한 부분에서 일어난다"며 "사모아를 비롯해 피지,통가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태평양판과 인도-호주판이 만나는 곳에 있다"고 밝혔다.

페루 남동 지역에서는 이날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북서쪽으로 162㎞ 떨어진 지하 258㎞ 지점이다.

◆복구작업 시작한 사모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 하루가 지난 30일 남태평양의 사모아 제도에선 살아남은 주민들이 폐허가 돼버린 해안가로 돌아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장비가 부족해 건물의 지붕이나 벽 등의 잔해를 손으로 옮겨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서사모아 당국은 이번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3만2000명에 달하며 3000여명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30일 현재 서사모아에서 최소 110명,미국령 사모아 31명,통가에서 7명에 이른다.

세계 각국의 사모아 복구 지원도 시작됐다. 호주의 긴급 의료팀은 1일 새벽 서사모아에 도착해 현지 병원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질랜드 프랑스 구호팀도 구호 활동에 나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국령 사모아를 주요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생존자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구호물품을 해안경비대 소속 수송기로 미국령 사모아로 급파했으며 해군 및 공군 항공대를 추가로 보내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태풍 켓사나 동남아 강타


강풍과 폭우로 필리핀에서 246명의 사망자를 낸 '살인태풍' 켓사나는 인도차이나반도를 강타하며 34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를 통과하며 켓사나는 베트남에서 85명,캄보디아에서 11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지난달 30일 현재 총 34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재민 수는 2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적십자 등은 텐트와 식량 등의 구호물품을 이재민에게 공급하고 있지만 도로가 유실돼 전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