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를 '은근슬쩍' 일반 계절독감으로 분류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신종 플루 발생 초기 과민 대응으로 공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WHO가 본격적인 퇴로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WHO는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한 신종 플루 현황 보고에서 "공식명칭 '팬데믹 H1N1 2009 인플루엔자'인 신종 플루는 바이러스 분석 결과 일반 계절성 독감인 '캘리포니아 2009'와 유전학적 특질과 항원 특성이 유사(similar)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내년에 남반구에서 제조할 예정인 계절독감 백신 균주에 '캘리포니아A(H1N1 · 신종 플루)'와 '브리스번B'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신종 플루와 계절독감인 '캘리포니아A'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힌 다음 '캘리포니아A' 뒤 괄호 속에 신종 플루를 기입,자연스럽게 '캘리포니아A=신종 플루'라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WHO는 특히 앞으로 제조할 계절독감 백신 균주에 '캘리포니아A(신종 플루)' 항원을 포함할 것을 여러 나라에 추천,사실상 신종 플루를 일반 계절독감으로 지위를 낮춰버렸다.

WHO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신종 플루를 '팬데믹 H1N1 2009 인플루엔자'로 부르고 있고 유행단계도 계속 6단계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명칭 변화를 통해 사실상 신종 플루에 대한 '특별대우'를 철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때 "보건당국이 신종 플루를 계절독감에 포함시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WHO는 신종 플루 발생 초기,질병 치사율 등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빨리 경보단계를 높이며 전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