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경제적 효과..무형의 이익 훨씬 더커

우리나라가 내년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변방인 규칙준수자 위치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인 규칙 제정자로 위상이 한층 제고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제 무대에서 `코리안 브랜드'가 열강의 반열에 올라서는 부대수입까지 거둘 수 있어 외교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규칙 준수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종래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규칙 준수자에 속했다.

뒷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 유치로 G7, G8, G13 등 국제무대의 주요 의제 선정 및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한국이 당당히 G20에 진입함으로써 국가 위상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 G7에 신흥경제국이 참여해 창설된 G20 정상회의가 연례화된 것 역시 상당한 함의가 있다.

종래 임시협의체적, 한시적 기구의 성격을 넘어서서 G8을 대체하고 국제경제 및 금융분야의 실질적 논의기구로 위상이 강화된 가운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선도국가들이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주역이 된 것"이라며 "남이 짜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자체 보고서에서 "국제사회 변화를 먼저 파악하고 한국의 이해관계를 국제사회에 반영할 기회가 확대됐다"며 "한국의 정치적 지지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늘어나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내년 G20 의장국에다 주최국까지 겸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가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인정한 것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운용과 국제협력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한 것이기도 하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회의를 개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슈 선택 및 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돼 한국이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입장을 조율할 최적의 국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양 진영 간 중재자 내지 해결사로서 역할 공간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깊다.

이 대통령도 "우리는 G20 의장국으로서 의제설정과 참가국 선정, 합의사항 조정은 물론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대안을 적극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나 저개발 국가의 대표를 참여시켜서 함께 의논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중재자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재정부 G20기획단 관계자는 "한국이 의장국과 주최국을 맡은 것은 헤드테이블에 앉아 글로벌 이슈를 주도하고 정리하는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며 "이런 무형의 효과가 한국의 위상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규모 정상급회의..경제적 효과 상상이상
G20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 정상들이 우리나라에 모인다는 상징적 효과를 논외로 하고 직접 측정해볼 수 있는 부분만 해도 한국에서 개최된 정상급 회의 중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조 단위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이 개최한 정상급 국제회의는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09년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 3번 정도로 꼽힌다.

2000년 ASEM에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주요국 정상 25명을 비롯해 4천600여명이 참석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했고, 수행단 규모는 7천100여명에 달했다.

올해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의 정상이 방한했고 회의에 참가한 인원은 국내외 합쳐 7천여명으로 추정됐다.

내년 G20 정상회의의 경우 한국을 제외하면 19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것이지만 규모 면에서 역대 어느 정상급 국제회의보다 성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만 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수행단이 1천여명에 달하는 등 각국 수행단과 취재진까지 모두 합칠 경우 족히 1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경제적 효과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KIEP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투자유치 1억6천620만달러, 국내 산업 파급효과 2억5천556만달러 등 모두 4억5천176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제주도는 올해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관련, 1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와 2천600억 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행사 자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외에 대외 신인도 제고, 국가브랜드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플러스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재정부 관계자는 "ASEM이나 APEC 정상회의가 지역적 모임이거나 이벤트적 성격이 있었다면 G20은 말 그대로 지구촌 최고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라며 "역대 어느 정상급 회의보다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