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11월9일 이전 신정부 출범"
보수 의석, 야당에 42석 앞서

27일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의 연정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8일 베를린 기민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오는 11월 9일 베를린 장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하기 전에 새 정부가 출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헌법상 새 의회가 총선 한 달 내인 다음 달 27일까지 개원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 앞에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조속한 정부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결연한 각오로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성장을 촉진하는 데 이번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민당의 로날트 로팔라 사무총장도 보수 연정 구성을 위한 양당 간 협의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시작돼야 한다"면서 "늦어도 1개월 내에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양 당은 각료 배분 외에 감세, 재정적자, 원전 가동시한 연장 등의 정책에 관한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예정이다.

차기 정부의 외무장관으로 유력한 귀도 베스터벨레 기민당 당수는 별도 기자회견에서 "연정 협상에서 우리의 선거공약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공평 과세는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과 고용, 건전재정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해 감세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감세를 통해 독일 경제를 제 궤도로 돌려 놓을 것이며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군축 노력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선거의 공식 잠정개표 결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33.8%, 사민당은 23.0%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2005년(35.2%)에 비해 1.4%포인트 낮아졌으나 사민당(2005년 34.2%)은 하락폭이 무려 11.2%포인트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은 9.8%에서 14.6%로, 좌파당은 8.7%에서 11.9%로, 녹색당은 8.1%에서 10.7%로 오르는 등 소수정당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역구 우선원칙에 따라 24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함에 따라 하원(분데스탁)의 정원은 599명에서 622명으로 늘어났다.

당별로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2005년보다 13석 증가한 239석, 자민당이 32석 증가한 93석을 기록하는 등 차기 보수연정이 모두 332석의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사민당은 76석 감소한 146석으로 집계됐고, 좌파당과 녹색당은 각각 22석과 17석이 늘어난 76석과 68석으로 나타났다.

좌파계열 정당들의 의석수 합계 290석은 보수 연정보다 42석이나 적은 것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2005년의 77.7%보다 5.2%포인트 낮아진 72.5%로 전후 최저를 기록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