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美-이란 제네바 대화 전망 불투명
이스라엘.美, 직접 핵시설폭격 가능성 대두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 경고에 아랑곳없이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인정하는 대담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대화를 우선시해온 미국 역시 강경노선으로의 선회가 불가피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보여온 대화 우선의 유화책이 명백해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도 앞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강경노선 선회의 수순을 밟는 한편 이란의 표리부동한 행태에 배신감마저 표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이란은 그간 부셰르 경수로와 아라크 중수로, 나탄즈 농축시설 외에 다른 핵시설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보이며 국제사회의 의혹을 일축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8일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주요국가 앞에서 자신들의 핵개발이 평화적 목적만을 갖고 있음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동맹국들과 추가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은 이들 주요국들과 함께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과 직접 만나 핵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게 되지만 미국은 별다른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도는 이제 명확해졌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미 국방부 부장관 출신인 폴 울포위츠 미 기업연구소(AEI) 객원연구원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상업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소규모의 원심분리기를 군사시설에 두고 있으며, 값비싼 핵농축시설을 굳이 운용하고 있는 상황,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점 등은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보다 훨씬 자립적인 이란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 수단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으리란 점이 미국으로선 고민이다.

따라서 추가 제재로의 입장 선회는 결국 극단적인 무력공격 수단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야기하리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강경노선 선회는 핵시설 폭격도 불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를 다시 폭풍우 속으로 휘말리게 할 변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국의 의회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요구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2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2007년말 시리아 핵시설 폭격 등 안보위협 제거를 위한 군사행동에 언제든 나설 수 있음을 과시한 바 있다.

국무부 자문관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이제 선택은 핵시설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직접 타격 또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승인 두 가지뿐"이라며 "어느 쪽이든 전쟁 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당국자들의 공식 입장은 무력 공격에 부정적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현실적으로 군사적인 선택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력이 아닌 '소프트파워'를 동원한 수단으로 이란의 반민주적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미 당국자들의 속내에는 핵무기 개발을 넘어 이란의 비타협적 정권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
코언 교수는 "타락했으며, 광신도적이고, 흉포하며, 원칙 없는 정권과 실제로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낼 가능성은 없다"며 "비군사적 방법을 통해 반민주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