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보수연정 복귀..메르켈 총리 연임
기민당 승리 선언..사민당 "강력한 야당 건설" 약속


27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이 과반 의석을 확보, 보수 연정 출범이 유력해졌다.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각) 투표 마감 직후 공영 ARD 방송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현 집권 대연정의 다수 파트너인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33.4%, 소수 파트너인 사민당(SPD)은 23.0%를 득표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선호하는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은 14.7%, 좌파당은 12.6%, 녹색당은 10.4%로 나타났다.

중도 우파인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의 득표율 합계는 48.1%로 좌파계열인 나머지 3개 정당의 46.0%보다 앞섰다.

출구조사를 근거로 추정한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의 의석은 230~237석과 93석으로, 두 당의 의석 합계가 하원(분데스탁) 과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사민당은 147~148석, 좌파당은 76~79석, 녹색당은 64~67석으로 예상됐다.

하원 의석 정원은 599석이지만 지역구 당선자 우선 원칙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의석' 때문에 실제로는 정원보다 10~20석이 많다.

이에 따라 출구조사 결과가 크게 틀리지 않을 경우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은 선거 전 공약한 대로 보수 연정을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구 동독 출신으로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가 됐던 앙겔라 메르켈의 연임도 사실상 확정됐다.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1시간 만에 승리를 선언했다.

그녀는 베를린 기민당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해냈다"면서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또 애칭인 '앙기(Angie)'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든 독일 국민의 총리가 되길 원한다"면서 "이제 진정으로 오늘 밤을 축하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폴커 카우더 기민당 사무총장도 "우리의 목표대로 흑(기민당)-황(자민당)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민당 총리 후보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출구조사 후 "유권자들이 선택했고, 오늘은 독일 사민당에 비통한 날이었다"면서 `두말할 것없는 쓰라린 패배'라고 인정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우리는 새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주시하는 강력한 야당이 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수일 내 시작될 연정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경우 독일에서는 사민당, 녹색당의 '적록 연정'이 구성됐던 1998년 이후 11년 만에 보수정권이 복귀하게 된다.

보수 연정은 헬무트 콜이 총리로 재임하던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집권했었다.

반면 사민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1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득표율도 2005년 총선(35.2%) 때보다 1.8%포인트 낮아졌으나 사민당(2005년 34.2%)의 하락 폭은 무려 11.2%포인트나 됐다.

반면 자민당은 9.8%에서 4.9%포인트, 좌파당은 8.7%에서 3.9%포인트, 녹색당은 9.8%에서 0.6%포인트 득표율을 높이는 등 소수 정당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번 총선에서는 모두 29개 정당이 참여해 지역구 299석, 주별 비례대표 299석 등 총 598석의 의석을 놓고 경쟁을 벌였으나 5개 정당 외에는 의회 진출을 위한 득표율 5% 저지선을 통과한 정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선거법상 각 정당은 정당명부식 주별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제2투표에서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거나 제1투표로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다수대표제 및 소선거구제)에서 3석 이상을 획득해야 제2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유권자는 8천200만명의 독일 국민 중 만 18세 이상 유권자 6천220만명이 등록했다.

투표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5년 총선 때의 77.7%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