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희망 피력…부시에 퍼부었던 독설과 대조

"이제 (악마의) 유황 냄새가 나지 않는다.희망의 냄새가 난다"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에 비유하며 독설을 퍼부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올해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유황 냄새가 안난다.

그 냄새는 사라지고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며 희망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차베스의 이런 발언은 자신이 2006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자신보다 하루 앞서 연설한 부시 전 대통령을 빗대어 "악마가 어제 여기 왔었다.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고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을 했다.

'악마' 발언 이후 3년 만에 유엔 총회에 참석한 차베스는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제발 나에게는 구두를 던지지 말아달라"고 말해 부시 전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이라크에서 겪었던 신발 투척 사건을 끄집어내 그를 조롱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오바마에게 "사회주의편으로 와서 '악의 축'에 합류하라"고 반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고상한 약속을 하지만 그를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오바마의 세계 평화 실천의지에 의문을 표시한 뒤 "2명의 오바마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힐난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또 기후변화와 다른 환경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비난했다.

차베스는 전날 1시간 30분 넘게 연설을 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이라크 국가원수 만큼 장시간은 아니지만 1시간 가까이 발언을 해 통상 각국 대표에게 배정된 15분의 연설시간을 훌쩍 넘겼다.

차베스는 이날 연설을 "카다피 보다 더 말하지는 않겠다.

카다피가 할 말을 다했다"는 말로 시작한 뒤 연설시간이 50분 가량 지났을 때쯤 "10분 정도 연설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뒤 몇분을 더 연설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