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40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사진)가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무려 1시간36분 동안 독설을 퍼부었다. 유엔 총회에서 처음 연설한 그는 준비한 원고 없이 노란색 노트에 적힌 메모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내 총회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특히 연설 규정 시간인 15분을 무시하고 오랫동안 마이크를 잡은 탓에 이후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의 연설이 2시간가량 늦어지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그는 "1945년 유엔 창립 이후 65차례의 전쟁을 막지 못했다"며 "안전보장이사회는 설립 이래 리비아의 안전을 보장한 적이 없고 테러와 제재만 가했다"고 유엔을 맹비난했다. 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독단적인 권한 행사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조항이 유엔 헌장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주먹으로 연단을 치기도 했다.

카다피는 특히 직전 기조연설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희망의 상징'이라고 지칭하며 종신 대통령이 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