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중국과 유럽연합(EU)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EU는 연일 중국에 대해 외국인 투자규제와 불공정 무역거래를 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중국의 과도한 외환보유액이 세계경제에 불안을 일으킨다며 중국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중국은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는게 먼저라며 반격하며 격앙된 모습이다.극도의 경기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글로벌경제 주도권을 놓고 거대 세력간에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너나 잘해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최근 열린 중국국제투자박람회에서 EU와 중국간에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졌다.캐더린 애쉬톤 EU집행위원은 “중국이 외국인들의 투자를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며 외국인지분제한,합작법인 설립의무화,산업별 진입규제 등의 조항을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주중국 EU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에 불공정한 대우로 최근 5차례에 걸쳐 풍력발전 설비입찰에 참여한 EU기업들이 모두 탈락했다”며 차별대우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비난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피터 만델슨 영국 재무장관과 면담에서 “EU는 빨리 중국의 시장지위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EU가 중국의 내외국인 차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자 차별받는 측은 오히려 중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불공정무역 여부를 조사할때 제3국을 기준으로 실시,상당히 불리하다.원 총리는 EU가 중국산 상품에 대해 반덤핑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이는 시장지위가 부여되지 못한 탓이며 억울하게 당하는 게 많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중국 외환보유액 줄여야”

익명을 요구한 EU의 경제·금융부문 관련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계속 축적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외환보유액만 쌓고 있다”며 “(세금으로) 외환을 사서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 징수나 다름 없는 행동”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아시아에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많으며,성장이 예상되는 이머징 마켓에서 그렇게 많은 외환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월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했다.WSJ가 집계한 중국을 제외한 11개 주요 아시아 지역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8월말 현재 총 2조6250억달러로 전달 2조5690억달러에서 2.2% 증가했다.특히 일본 대만 홍콩 태국 필리핀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브뤼셀=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