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의 새 시대를 열 하토야마 호를 이끌어갈 내각 진용이 확정되면서 정책 색깔도 선명해졌다.

하토야마 총리는 "국민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표를 던졌다"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정권공약 실천을 위해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각의 핵심에는 관료 위주의 정치에서 탈피해 정치 위주의 국정을 펼칠,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 공약대로 밀어 붙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참의원 총회에 참석해 "오늘은 역사의 전환점으로 정치와 행정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스타트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관료 의존의 정치, 예산의 무절제한 낭비와 구태의연한 낙하산 인사 등을 뿌리 뽑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신임 각료중 가장 먼저 직선적인 정책을 제시한 장관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우정문제 담당상.
연정에 참여한 국민신당 대표이기도 한 가메이는 취임도 하기전인 15일 기자회견에서 실적이 악화된 중소기업과 개인의 대출금 원금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대출금 상환 유예제도'의 도입을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기관과 중소기업 또는 개인의 계약에 국가가 개입해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유리하도록 계약조건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들이 반 시장주의적인데다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과 서민들은 크게 반기고 나섰다.

가메이 금융.우정문제 담당상은 또 자민당 정권이 임명한 일본우정의 니시카와 요시후미(西川善文)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재무상은 가솔린세 등 자동차 관련 잠정세를 내년 4월부터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민주당의 정권공약이지만 연간 약 2조5천억엔의 세수 감소가 예상돼 논란이 예상된다.

후지이 재무상은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위한 16조8천억엔의 재원 염출에 대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낭비를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종 공공예산과 행정예산의 대폭 감축이 예고되고 있다.

◇ 핵심 부처 강골 포진
포스트 하토야마를 꿈꾸는 간 나오토(管直人) 부총리겸 국가전략국 담당상은 예산의 골격을 민주당 정권의 정책 공약에 맞게 재편성하는 작업의 총대를 멨다.

간 국가전략담당상은 관료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어서 예산 재편성 과정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행정쇄신상에 발탁된 센고쿠 요시노(仙谷由人)와 함께 행정 예산과 인건비의 대폭 삭감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상에 임명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는 공공사업과 낙하산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산하기관 문제에 밝다.

공공사업의 예산 삭감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조치가 주목된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구온난화대책을 밀어붙일 환경상에 측근인 오자와 아키히토(小澤銳仁) 국민운동위원장을 임명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온난화가스(CO2)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대비 25%로 감축한다는 혁신적인 정책을 내놨다.

산업계가 무리한 목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오자와 환경상의 돌파력이 주목된다.

난제중의 난제인 연금개혁과 후기고령자의료제도 폐지를 주도할 후생상은 이 분야에 밝은 나가츠마 아키라(長妻昭) 당 정조회장 대리가 맡았다.

법학도로 원칙주의자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상은 각료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평등한 대미외교'를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카다 외무상은 미일 지위협정 개정,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등에서 실적을 내야 차기를 노릴 수 있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부드러운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정권공약으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중시 외교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