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이디기자 9개월 만에 석방돼

기자회견장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가 수감 9개월만에 석방됐다.

15일 바그다드의 한 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알-바그다디야TV 방송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감 초기에 각종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앞니 1개가 부러진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자이디 기자는 "수감 초기 쇠막대기로 구타당하고 전선줄로 채찍질 당했다"며 "또 한 겨울에 교도소 뜰에서 물세례를 받고 방치됐고 전기 고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고문하도록 하는데 개입한 관리들의 이름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디는 이라크를 미국이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 분개해 신발을 던지게 됐다며 "나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라크는 여전히 포로 상태"라고 밝히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미국의 정보기관 및 관련 기관들이 (출소 이후에도) 나를 계속 좇을까 두렵다"며 "그들은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나를 사장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자이디 기자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누리 알-말리키 총리와 합동 기자회견을 할 당시 "이라크인들이 주는 선물이다. 당신은 개다"라고 소리치며 부시를 향해 자신의 구두 2짝을 차례로 던져 곧바로 체포된 뒤 수감됐다.

그는 외국 원수 공격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이 고려돼 징역 1년형으로 감형받고 복역해 왔다.

신발 투척 사건은 반미감정이 들끓던 아랍권에서 그를 일약 영웅으로 만들며 많은 신드롬을 낳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신발을 1천만달러에 사겠다는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다는 이들도 여럿 나왔다.

이라크에서는 그의 신발을 본뜬 기념 동상도 등장했다.

그의 출소를 앞두고 아랍권 각지에서는 다시 한번 그의 석방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카타르의 한 왕족은 황금으로 된 말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고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자이디 기자에게 최고의 명예상를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가 소속된 알-바그다디야 TV는 고급 아파트를 선물하겠다고 밝혔고 아랍권의 한 방송국도 그에게 앵커 자리를 제안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