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 2명이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하자 의료업계가 들썩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14일 보도했다.

간호사 단체인 '트웬티퍼스트 오브 노벰버 그룹'(The 21st of November Group)은 병원 측이 신종플루를 대비하기 위한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고 보호 마스크 지급을 지연해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간호사 수십 명이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질병에 걸렸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이 통계가 과장됐으며 최근 숨진 간호사 중 일부는 신종플루 음성반응을 보였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의료업계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의료산업 종사자 수백 명은 근무환경 개선과 봉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보건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파업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특히 숨진 간호사 중 1명인 데보러 몰리나(37.여)가 세 아이를 키우며 병원 2곳에서 일하는 가난한 싱글맘으로, 동료들이 돈을 모아 관을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의회는 간호사 월급을 300달러에서 500달러로 인상하고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업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법안 도입과 관련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주 정부나 자치정부에 의해 분산적으로 운영되는 아르헨티나의 의료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의료전문가연맹(FHP) 대표인 호르헤 야브코브스키 박사는 강력한 중앙권력의 부재로 의료진들은 "장군 없이 전쟁에 나서는 군인"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이 나오는 대로 치료자이자 고위험군에 속해 있는 의료산업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접종시키라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