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유럽과 아시아 간 항로를 수천 km 단축할 수 있는 북극 지름길 개통이 현실로 다가왔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독일 선박 2대가 사상 최초로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이동할 수 있는 북극해 항로(또는 북동 항로)를 통과할 채비를 마쳤다고 11일 보도했다.

지난 7월 한국에서 항해를 시작한 이들 선박은 3천500t의 건설 자재를 싣고 이번 주 러시아 시베리아 항구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독일 선박회사인 벨루가 그룹의 대변인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대학 베어뱅크스(UAF)의 로슨 브링엄 지리학 교수는 두 독일 선박은 북극해 항로를 통과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진정한 의미의 첫 상업 선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가 이번 항해를 통해 안정성을 인정받는다면 수에즈 운하와 경쟁할 수 있는 여름철 상업용 항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교통부에 따르면 북극해 항로를 통과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로테르담으로 갈 경우 현재 주로 이용되는 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거칠 때보다 7천162km를 단축할 수 있다.

여행기간 역시 수일에서 수주일 짧아진다.

브링엄 교수는 그러나 북극해 항로가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처럼 완전히 상업화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 여름철을 제외하곤 빙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들로 인해 선박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루가 폴사이트팀의 발레리 두로프 팀장은 "이 같은 문제들을 제외하곤 북극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경제적, 생태학적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닐스 스톨버그 벨루가 회장 역시 북극해 항로 통과는 실험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이미 내년 여름 아시아에서 시베리아로 1천t의 자재를 운반키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