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경기부양자금 투입으로 재정난에 직면한 각국 정부가 담배와 주류 세금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올 들어 미국 영국 태국이 담배와 술에 대한 세금을 올렸고 중국 스페인 등도 담뱃세 증세를 결정했다. 기업이나 국민 전체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은 저항감이 큰 반면 담배 등의 증세는 반발이 작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건강의식이 높아져 의료대책 재원을 담뱃세나 주세로 충당하려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담배 연방세를 갑당 0.39달러에서 1.01달러로 올렸다. 담배 주세(州稅)도 플로리다와 뉴욕주 등이 증세를 결정했다.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 등은 주류세를 인상했다. 7월까지 미국에선 담뱃세 인상으로 13개주에서 총 16억달러,주류세 인상으로 5개주에서 총 1억8000만달러의 세수를 늘렸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4월에 주류세와 담뱃세 세율을 동시에 2%포인트 높였다. 스페인도 6월 담뱃세를 인상했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재정난에 처한 루마니아는 담배 · 주류세를 모두 올렸다.

담배소비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은 6월 흡연 인구 감소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담뱃세를 크게 올렸다. 태국은 5월 알코올과 담배에 대한 세율을 인상했다. 베트남도 2010년 담뱃세를 올릴 예정이다. 담배에 각종 관련 세금이 많은 싱가포르에선 담배 한 갑이 11달러(약 1만3500원) 이상 하는 등 주변국보다 크게 비싼 상황이다.

각국은 작년 이후 경기부양과 금융 안정을 위해 정부지출을 늘려 재정이 크게 나빠진 상태다. 경기 악화로 법인세 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담배와 술 세금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