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을 포함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아프간 공습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 수, 민간인 사망 여부 등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습의 정당성을 두고 나토는 내분에 휩싸였다.

민간인 사망이 확인될 경우 아프간 주둔 외국군에 대한 아프간인들의 반감이 고조돼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이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민간인 150명 사망"..목소리 높이는 탈레반 = 탈레반은 7일 성명을 내고 나토군의 폭격으로 15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며 유엔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탈레반은 "전 세계 인권단체와 유엔 당국, 독립적인 국제기구와 정부들이 이번 사건을 냉철하게 조사해 비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움으로써 인권적 윤리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유조차에서 연료를 얻기 위해 모였던 어린 아이들과 일가족 등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프간 정부와 나토가 추정하는 것보다 배나 많은 것으로, 외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부풀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간 인권단체인 '아프가니스탄 라이츠 모니터'는 현지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비전투인' 사망자 수를 60-70명으로 추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20명 이상의 민간인을 포함해 12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으며 아프간 대통령궁은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하는 등 사망자 수와 민간인 사망 여부 등을 놓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시신이 불에 타 끝내 정확한 사망자 수가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습을 요청한 독일군은 50여명의 탈레반이 숨졌으나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카르자이 "나토 공습은 중대 실수" =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나토 공습은 "중대 실수"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7일자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사과했으며 자신은 공습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나토 공습은 "중대한 판단 착오"라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또 "왜 그들(독일군)은 유조차를 되찾기 위해 (공습에 앞서) 지상군을 보내지 않았느냐"며 독일군의 공습 요청 결정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민간인 희생이 나토의 아프간 임무 수행에 큰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게이츠 장관은 아랍권 뉴스채널인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민간인 희생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며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나토 주도의 아프간치안지원군(ISAF)에 참여하는) 42개국의 성공의 핵심은 아프간인들이 우리가 그들의 친구이자 파트너이며 그들을 돕기 위해 아프간에 있다는 것을 계속 믿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민간인이 다수 숨진 것으로 알려진 나토 공습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 내분 빠진 나토.. 獨 반격 = 비난 여론이 들끓자 독일은 반격에 나섰다.

독일은 공습을 명령한 독일군 사령관이 교전 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토마스 라베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이번 공습이 "군사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하며 정당한 조치였다"면서 민간인 희생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외무부의 옌스 플뢰트너 대변인은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민간인 희생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에 근거해 논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크리스티안 슈미트 국방차관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EU 외무장관들은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번 공습을 '큰 실수'라고 평가하는 등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