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쇄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하이델베르거 드루크마시넨은 지난 6월 독일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현재 생존을 위해 합병을 모색 중이다. 세계 오프라인 출판 시장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프랑스 유명 출판그룹 아셰트의 아르노 누리 최고경영자(CEO)는 "e북(전자책)이 종이책을 위협하고 있다"며 "아마존 구글 등 전자책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일방적으로 낮춘다면 양장본 서적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e북 열풍은 오프라인 출판사를 코너로 몰 만큼 거세다.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에 세계 최초로 도서관이 세워지며 지식이 한 곳으로 모인 것이 제1의 혁명이었다면 15세기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를 발명하면서 지식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게 제2의 지식혁명이었다. 이제 e북이 대중화되며 지식이 디지털 매체로 전달되는 제3의 지식혁명 길을 걷고 있다.

e북 시장은 떠오르는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왔던 책이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랫동안 e북은 전망만 무성했을 뿐 실체가 없었지만 마침내 종이책의 일반적 대안으로 쓰일 시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세계 e북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13년 89억달러로 연평균 37.2%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e북 시장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아마존은 2007년 e북 리더 '킨들'을 내놓으며 시장에 불을 지폈다. 아마존은 6인치 흑백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킨들을 무선인터넷에 접속,수만권의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e북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콘텐츠 유통사와 단말기업체,통신업체가 힘을 합쳐 e북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7월 플라스틱로직에서 e북 단말기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e북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구글과 손잡은 소니는 최근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새 단말기를 내놓았다. e북 단말기 가격도 20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보다 편리하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e북 단말기 시장은 지난해 100만대에서 2012년 12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어느 업체가 양질의 e북 콘텐츠를 많이 갖추느냐가 e북 시장에서 성공의 열쇠가 됐다. 아마존은 약 30만권의 e북을 보유한 상태이며 반스앤드노블은 1년 내 100만권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도 디지털 도서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백만 권의 도서를 스캐닝해 디지털화하고 세계 주요 도서관의 소장 도서들을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700만권 이상의 자료를 스캐닝하고 있는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사업은 개인들에게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한 후 수익의 37%는 구글이,나머지는 저자와 출판사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