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9일(현지시간) 첫 의회 연설을 갖고 대국민 설득에 나섭니다.의회 연설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의보개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승부수입니다.그동안 오바마는 개혁안의 내용과 협상을 대부분 의회에 맡겨놨습니다.하지만 의보개혁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보수와 진보진영 간 심각한 대립양상이 노출됐습니다.오바마는 이제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국론 분열 양상을 해소하고 개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현재 의보개혁의 최대 핵심이자 쟁점은 ‘퍼블릭 옵션’입니다.퍼블릭 옵션은 정부가 별도로 공공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안입니다.기존의 민간 보험회사와 경쟁을 붙여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보수진영은 퍼블릭 옵션이 노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줄이거나 거부하고,불법 이민자들에게도 의료서비스 혜택을 주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간섭하는 사회주의 제도라고 몰아부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통해 퍼블릭 옵션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큽니다.그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퍼블릭 옵션이 건강보험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규정지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습니다.그는 퍼블릭 옵션이 빠진 의보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예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퍼블릭 옵션 도입 여부를 놓고 반대진영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의보개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지도력과 정치 생명을 건 모험입니다.사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쟁은 전임 부시 정부에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들입니다.실패하더라도 오바마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미FTA와는 무슨 관계?

반면 의보개혁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오바마 자신이 옳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짐을 짊어진 개혁입니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도했다가 실패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개혁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미 의회의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다수당이어서 힘으로 의보개혁 법안을 밀어부칠 수 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 이같은 힘의 정치는 정치적 역풍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당장 내년에 의회 중간선거가 있습니다.또 퍼블릭 옵션을 포기했다가는 오바마의 지지기반인 진보진영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 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중차대한 교차로에 와 있는 것입니다.

현지신문인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됩니다.응답자 가운데 52%가 오바마 대통령 개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의보개혁에 대해선 ‘부정적’이란 응답이 43%로 ‘긍정적’이란 응답 31%에 비해 더 높았습니다.대통령 개인적인 인기보다는 국가 정책에 대한 인기가 더 높아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이나 세계 각국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의 의보개혁을 강 건너 불구경 쯤으로 여길 순 없습니다.오바마는 올연말까지 의보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표입니다.미 의회는 의보개혁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한 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전망입니다.의보개혁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한·미FTA 비준까지 지연될 개연성이 큽니다.내년 의회 중간선거가 겹쳐 한·미FTA가 내년 3월까지 비준받지 못할 경우 2011년으로 비준 시기가 훌쩍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 의회는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기후변화 법안도 처리해야 합니다.미국은 중국과 함께 지구온난화 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최대 배출국가입니다.미국이 의보개혁에 발목잡혀 기후변화 법안을 12월까지 마련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새 기후변화협약의 연내 도출마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