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생각나곤 하는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누군가 한 번쯤 해 봤을 상상이 현실화될 지도 모르겠다.

6일 미국 의학웹진 헬스데이 등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의 프레드리히 미셔 연구소의 시릴 헤리 박사는 쥐에게 충격을 준 후 이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4일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헤리 박사는 쥐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준 후 충격을 가했다. 기억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특정 소리만 들으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헤리 박사는 나쁜 기억이 형성된 쥐의 뇌에서 기억 담당 신경을 보호하는 '네트(그물)' 부분을 제거했다.

그러자 쥐들은 특정 소리가 들려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소리와 충격의 관계를 완전히 잊게 됐다는 것이다.

헤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코 멈추지 않는 공포와 불안의 기억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마크 맥다니엘 워싱턴대학 교수는 "인간과 쥐의 기억 저장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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