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연방하원에서 '돈키호테' 의원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주인공은 론 폴 의원(공화당)이다. 그는 그동안 미 정부와 의회가 하는 일마다 반대를 표시하거나 반대 입법안을 내놔 'Dr.No(절대 안돼 박사)'로 통한다. 그의 입장이 다수 의원들과는 동떨어지고 엉뚱해 '돈키호테'라는 별칭도 달고 다닌다.

예를 들어 그는 미국이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해야 한다거나,미 정부가 해외에 주둔시키고 있는 모든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의회 메달 수여를 놓고서도 혼자 줄기차게 반대했다. 좌충우돌 탓에 그가 올 들어 제출한 57개 입법안 중 12명 이상의 공동 발의자를 확보한 건 거의 없다.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빅 히트'한 법안이 있으니 바로 FRB 감사법안이다.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이 FRB의 통화정책과 긴급대출 권한을 엄격히 감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는 FRB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미 행정부의 금융감독 개혁안에 반발해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현재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 178명과 민주당 의원 104명 등 총 282명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상태다. 하원 과반을 넘는다. FRB 저격수인 그는 의회 밖에서도 인기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FRB를 감사하라'는 민초들의 노래가 뜨고 있다. 그가 최근 쓴 'FRB를 끝장내라'는 저서는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순위 22위에 올랐다.

버냉키는 반박하느라 바쁘다. 기회 있을 때마다 FRB 통화정책에 대한 감사가 FRB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다만 폴 의원의 입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의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