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일본의 차기 총리로 선출될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사진)가 최근 자신을 둘러싼 '반미'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고심하고 있다.

총선 직전 '보이스(Voice)'라는 일본 월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즘과 시장원리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 미국과 일본 내 보수진영으로부터 '반미'로 몰리고 있어서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일자 사설에서 '반미적 시각'을 문제삼아 하토야마 대표를 "경험이 적은 정치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대표는 "반미가 아니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3일 새벽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미 · 일 동맹이 기축"이라며 긴밀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반미'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우리(민주당)의 승리는 오바마 대통령 덕분이다. 대통령이 일본 국민에게 '체인지(변화)'의 용기를 줬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번 통화는 총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걸었고,통역 없이 영어로 10분간 진행됐다.

민주당 내에선 "새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부터 미국 과 거리감이 생겨선 앞으로 원활한 외교가 어렵다"며 "미국의 우려를 씻어내고 거리감을 좁히는 게 우선"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당분간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재협상 등 미국이 반대하는 정책의 거론을 자제하고,양국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하토야마 대표는 그동안 거취가 주목됐던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을 3일 밤 만나 당 간사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이를 수락했다. 오자와 대표대행이 간사장을 맡아 당권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민주당 정권은'이중 권력'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간 나오토 대표대행과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주요 포스트에 입각할 전망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