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이 기축"
"미.일 동맹이 기축이다"

오는 16일 일본의 차기 총리로 선출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3일 새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화는 오바마 대통령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8·30 총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다(태평양) 양쪽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면서 축하했고, 하토야마 대통령은 "우리의 승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덕분이다.

대통령이 일본 국민에게 '체인지(변화)'의 용기를 줬다"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통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일 관계 강화를 요청한 데 대해 하토야마 대표가 "우리도 미.일 동맹이 기축이다"라고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물론 의례적인 발언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일본 언론은 3일 일제히 '미.일동맹이 기축'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하토야마 대표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최근 자신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를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화 및 시장 원리주의를 비판하고, 아시아 중심의 경제 체제 구축을 강조하는 그의 논문이 소개된 이후 '하토야마=반미'라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새 정권을 출범시키기도 전에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측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은 하토야마 대표로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측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하토야마 대표가 반미 성향인 것처럼 미국에 알려진 것은 상당한 오해라는 주장이 강하다.

하토야마 대표도 자신의 논문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뒤 비판론이 비등한 데 대해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코 반미적인 사고방식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논문 전체를 읽어 보면 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한 외교 전문가는 "미.일 동맹을 강조한 하토야마의 발언은 기존 입장과 차이가 없다"며 "미국 내에서도 반대뿐 아니라 찬성론도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1일에도 "선거 승자는 개혁정책 포기"라는 제목으로 "일본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일본 전문가와 경제계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새 정권의 과도한 시장 개입 방침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하토야마 대표에 대한 흠집 내기를 계속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