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선택한 일본] (3·끝) 인기공약 다지키면 '재정파탄'…"美와 대등외교" 벌써 논란
고교 무상교육·고속도 무료화 등 220조원 필요
◆벌써부터 거세진 '반미 색채' 공격
차기 총리가 확실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대표가 첫 번째 넘어야 할 산은 '반미' 우려의 불식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의 바탕이 된 '나의 정치철학'이란 논문에서 "일본은 미국발 글로벌리즘이라는 시장원리주의에 농락당했다"며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도 미국의 시장원리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파탄이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 전략은 미 · 일 동맹이 근간이라면서도 "미국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수 측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오카모토 유키오 외교평론가는 "하토야마 대표만큼 미국을 비판하는 국가지도자는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대통령밖에 없다"며 "특히 '일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독립을 유지할까'라고 쓴 것은 미국이 일본의 동맹국이란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무성 관계자도 "자민당이 한때 정권을 놓쳤던 1993년 호소카와 내각 때 미국과 관계가 서먹해져 그걸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며 "대미외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야당이 된 자민당이 극우파 의원을 중심으로 '현실론'을 내세워 외교 · 안보정책을 물고 늘어지면 민주당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은 국정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데다 당내에 외교전문가도 거의 없다.
◆공약 재원 나올 데 없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생활 지원'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본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달할 정도로 재정이 심각한 적자 상태여서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자녀 1인당 중학생까지 월 2만6000엔(약 34만원) 지급 △고교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등 인기 공약을 쏟아냈다. 이 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2013년까지 16조8000억엔(약 220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일본 정부 예산(207조엔)의 8%를 넘는 규모다. 민주당은 이 돈을 낭비 예산 절감(9조1000억엔),국유자산 매각(5조엔),조세 감면 축소(2조7000억엔)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세금을 올리지 않고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 해결한다는 것.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산 절감의 타깃인 공공사업비는 고이즈미 내각 때부터 계속 줄여 더 줄일 것도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 임금 삭감은 민주당 지지세력인 공무원노조가 반대할 게 뻔하다. 민주당이 과감히 줄이겠다는 정부보조금도 노인간호나 생활보호 등 대부분 복지비용이어서 감축 여지가 많지 않다. 결국 공약 이행을 위해선 국채를 더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
◆관료집단은 사보타주할 수도
관료 개혁에도 난관이 많다. 관료조직은 50년 이상 쥐고 있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버틸 게 분명하다. 특히 관료들은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데다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정권이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관료들의 사보타주(태업)다. 관료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겨 결국은 개혁을 포기하고 관료들과 타협하는 게 일반적 사례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총무상을 지낸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는 "관료를 개혁하려면 관료보다 더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민주당에는 그런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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