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일본에서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로 한·일 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겠다”며 과거사 청산의지를 밝힌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경제적 측면에서 한·일 관계의 훈풍이 기대되고 있다.

우선 한·일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과거사 문제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11일 도쿄 당 본부에서 가진회견에서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이와 함께 △일본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설 △아시아 공통통화 창설 등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 미뤄볼 때도 과거사 청산 가능성이 과거 보수 자민당 정부시절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해 5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뒤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한 점도 향후 한·일 관계 개선에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다만 민주당의 뿌리가 기본적으로는 자민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보수적 성향 의원도 적지 않아 당장 외교해빙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선 민주당 정권의 등장이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민주당의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현재 중단 상태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여기에 민주당이 수출의존형 산업구조를 내수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점도 한국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일본의 내수시장이 지금보다 커진다면 한국 경제에 작으나마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KOTRA는 31일 일본의 정권교체에 따른 한·일간 긴급 경제전망을 내놨다.이번 조사에 따르면 정보기술(IT),환경,나노기술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한국의 수출기회가 늘어나고 자동차 부품과 의료용품,실버,육아용품 시장 진출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분석됐다.이는 일본 민주당이 지구온난화 대책과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IT,바이오,나노기술,환경관련 상품,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 민주당이 대기업을 위한 정책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에 실망한 일본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싼 임금에 우수한 기술을 지녔고,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길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